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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여섯 장의 티셔츠

 

“선생님, 일본인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언젠가 이 주제에 대해 책을 쓰려고 여쭤 봅니다. 한국인은 사후에도 영원히 산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죽어서도 살아생전에 가진 것들을 못 내려놓아요. 한 예로 대통령들이 죽으면 너도 나도 국립현충원으로 가려고 해요. 그런데 프랑스 대통령들은 죽으면 자연인으로 돌아가 고향에 묻혀요. 두 나라의 문화가 참 다릅니다. 일본인은 어떤가요?”

 

10여 년 전 동경대에서 연구를 마치고 내게 일본어를 가르쳐 주신 사토 선생님과 송별 점심을 먹으며 드린 질문이다. 그는 왜 하필 죽음이냐며 핀잔을 주시더니 자기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했다. “최상(チョイさん)! 내 나이 이제 예순 셋, 요즘 이상하게 죽음을 생각하게 되네. 며칠 전에도 그랬지. 그래서 다음 날 장롱을 정리했네. 여섯 장의 티셔츠만 남기고 나머지 옷은 처리했지. 나는 독신이라 장례를 조카딸에게 부탁하고 있네. 그 애에게 너무 큰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짐을 최소한으로 정리해야 한다네. (...)”

 

그날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사토 선생님이 장롱에 여섯 장의 티셔츠만 가지고 계시다는 말이 가장 뇌리에 남았다. “나도 저렇게 심플하게 살아야지.” 그런데 아직 실천을 못하고 있다. 동생이 “세일시즌인데 쇼핑 갈래?”라고 물으면 바람 쏘인다는 핑계로 따라 나가 한두 가지 옷을 사들고 온다. 헐렁했던 장롱이 꽉 차 간다. 맘이 불편하다. “이제 옷은 그만 사야지!”

 

이런 생활이 반복되던 차에 옷 쓰레기가 지구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국제 NGO단체 엠마우스에 따르면 매년 약 400만 톤의 새 옷이나 중고 옷이 유럽대륙에서 버려진다. 이 중 프랑스인들이 버리는 옷과 신발의 양은 에펠탑 두 개 정도에 해당한다. 이는 아시아,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거된 의류 중 재분배되는 비율은 총 3%. 나머지는 아프리카 가나의 해변과 수도 아크라의 중심부에 쌓여 있다. 현재 20미터 높이의 옷 무덤은 매년 꾸준히 높아만 간다.

 

우리는 페스트 옷을 사서 잠시 입거나 방금 산 옷이 맘에 안 들면 ‘적십자사’나 ‘아름다운 가게’ 같은 자선단체에 기부 하거나 헌옷 수거함에 넣는다. 혹자는 가난한 누군가가 입을 거니 선행을 베풀었다고 흐뭇해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옷의 상당수는 해외에서 재판매되고 있다. 품질이 좋지 않은 옷은 해변에 버려져 바다와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섬유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산업 중 하나다. 물․살충제․독성 물질의 집중적인 사용, 운송 등 환경 비용이 높다. 또한 옷이 분해되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그 사이 유해하고 독성이 있는 극세섬유가 환경으로 방출된다.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의류 소비량은 1억 2000만 톤, 즉 5000억 장 이상의 티셔츠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분은 몇 장의 티셔츠를 소유하고 계신가? 지금 당장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